찬물을 마셔도 되나요?(2)
찬물을 마셔도 되나요?(2)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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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학박사

발이 따뜻한 사람이 발이 찬 사람에 비해서 하체 체액을 상체로 순환시키는 힘이 덜 든다. 그 차이가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중병에 주로 관심 있는 의료인들은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코로 숨을 쉬는 것과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의 차이처럼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콧구멍은 공기, 입은 음식의 통로라 규정한다. 만약 입으로 공기를 마시게 되면 코로 음식을 먹는 것 같은 ‘충격’이 인체와 폐에 쌓인다. (주로 코로 숨을 쉬는 분들은 코를 완전히 막고 입으로 한 시간만 숨 쉬어 보면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충격’이란 표현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순환이 운동처럼 가끔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명이 있는 한 쉼 없이 계속되는 것이기에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도 누적되면 가랑비에 옷 젖는 상황이 된다. 

건강한 신체의 표준인 상한하열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상열하한 증이 되는데 더운 여름에 빈발하기 쉽고 열이 나고 갈증이 생기기에 본능적으로 찬 것이 매우 당기는 상태가 된다. 이때 상체에 몰려있는 열을 식혀줄 수 있는 찬물을 마시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찬물을 너무 급하게 많이 마시게 되면 상체에 몰린 열을 식힐 새도 없이 찬물이 소화기 관으로 지나가 버려서 식히라는 상체는 식히지 못하고 몸속 깊이 머물게 되면서 속을 냉하게 만들어 위장기능을 저하하게 된다. 다시 말해 머리 쪽일수록 시원한 게 좋고, 배 쪽일수록 따뜻한 게 좋은데 덥다고 급하게 찬물을 과용하게 되면 머리는 잠깐 식혀주고 배는 매우 차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면 소화력 입맛이 저하되고 추위와 감기에 노출되기 쉽고 상·하체 순환에 미세한 손해가 누적되게 된다. 그래서 찬물을 병적으로 급하게 먹는 환자에게 조각 얼음을 입에 물고 녹여 먹으라고 처방하기도 한다.

찬물을 마시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 고한다. 찬물도 음식이다. “음식은 제철 제때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 최선이다.” 이것이 한의학적으로 찬물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 관련 적절성 질문에 대한 정답이다. 이와 같은 찬물에 대한 이해를 다른 음식으로 확장해보자. 그러면 특정 음식에 의존하거나 상업적인 현혹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식생활을 즐기며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끝>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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