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바닷새
슬픈 바닷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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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해 질 무렵이면 남편과 동행해 동네 산책을 한다. 탑동을 경유해 산지천을 걷다 보면 많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산지천은 탐라문화광장과 연결이 되어 있어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명소이다. 해마다 이곳에선 다양한 축제와 함께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정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느 때처럼 천둥오리가 무리지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머리에는 금록색으로 긴 관모(冠毛)가 있고 오렌지색 날개깃이 있어 처음엔 원앙새인 줄 알았다. 이런 개천에 원앙새가 있다니, 신기해하는 내게 남편은 청둥오리라 한다. 갈매기, 기러기, 이름 모를 새들, 자신들의 터인양 짝을 지어 활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목이 긴 가마우지는 외롭게 바위에 서서 물밑을 유심히 살피다 운좋게도 쏜살같이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챈다. 물새들이 천국인 이곳은 언제부턴가 한 마리, 두 마리 사라지더니 어디론가 떠나고 몇 안 되는 물새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변경관을 둘러보며 남편과 정담을 나누며 걷는 순간, 눈을 의심할 정도의 시선이 포착됐다. 환경오염의 원인인 생활하수가 그대로 방치되어 악취를 풍기며 웅덩이에 고여있는 것이다. 마치 오염수를 뒤집어 놓은 채 쓰레기 폭격을 맞은 모양새다. 생활하수와 쓰레기들이 한데 뒤섞여 오물과 함께 출렁인다. 벽면엔 덕지덕지 오랜 시간 방치된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미관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할 정도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오색찬란한 물줄기 따라 분수쇼는 장관을 이루고 연일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진다. 이런 모습을 외국인이 본다면 과연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곳이라 할 수 있을까, 동문천 한쪽 모퉁이를 의지삼아 청둥오리가 새끼를 낳았다. 금방 부화한 모습이다. 새끼 다섯 마리가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떨고 있다. 얼마나 가여운지 새끼들을 보니 불안함이 앞선다.

문밖으로 기러기 떼들이 행렬을 이루며 어디론가 날아간다.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기에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재잘대던 그 많은 물새들은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고요한 이곳에 생명의 소리를 선사해 주던 바닷새,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만의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를뿐, 이 불편한 진실은 누구를 탓할것인가, 견리망의(見利忘義)라고 옛 명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눈앞에 이익 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관광객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청정한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물새들이 노래하던 그때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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