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지대에 돌로 만들어놓은 바닷길인 ‘노둣길’ 눈길
갯벌지대에 돌로 만들어놓은 바닷길인 ‘노둣길’ 눈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28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화꽃이 피어있는 모습의 섬 매화도(梅花島) - 2
해질 무렵 황마도 노둣길에서 바라본 매화도.
해질 무렵 황마도 노둣길에서 바라본 매화도.

# 독살 등 옛 유산을 잘 지키고 있어 감명

매화도 서부와 동부는 산지이고 중앙부에 비교적 넓은 경작지가 펼쳐진다.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은 매화산(238m)으로 섬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해안가 간석지(干潟地)로 들어서니 노망산 그림자가 바다에 드리워진 모습이 그림 같다. 동쪽으로 길게 갯벌이 형성되어 있고 남동 해안과 북쪽 해안의 만(灣) 입구에는 방조제를 쌓아 농경지와 소금밭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어둡기 전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허둥대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좁은 길을 빠져나가 서쪽 해안으로 이어진 길로 가다 보니 갯벌 위로 돌로 만든 둑처럼 긴 길이 있다. 한 주민에게 “저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독살지대란다. 설명에 따르면 독살이란 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안에 쌓은 돌담으로 밀물 때 들어온 고기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 하고 돌담 안에 남아있는 고기를 잡는 전통 방법으로 돌로 쌓았다해 석방렴(石防簾)이라 부른다. 서해안 지역에 따라 돌살, 독장, 쑤기담이라 부르는데 제주도 원담과 같은 종류이다.

돌담이 그물 역할을 하는 독살은 어구 분류법에 의하면 함정어구로 담장을 쌓아서 만든 함정 어구로 세부적인 구분으로는 장벽함정 어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어살(漁箭)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서해안과 제주도 일대에 아직도 많은 독살이 남아있다. 일부 지역 독살 어업을 하는 어민들은 때를 맞추어 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고사에 모시는 신은 도깨비 또는 물참봉이라고 불린다. 도깨비는 고기를 많이 몰아다 주는데 심술이 나면 고기가 잘 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깨비가 좋아하는 메밀 범벅을 고사물로 바치고 풍어를 빈다. - 이재언 ‘한국의 섬’

섬마다 그 섬의 독특한 어로 방법이 있다. 특히 서해안 그것도 섬이 많은 신안지역에는 옛 방식을 아직도 이용하는 지역이 남아있어 관심을 끈다. 제주도 해안에 있는 원담은 둥글게 쌓았지만 서해안 지역은 갯벌 지대에 사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다른 것 같다. 이런 독살이며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할 때 만들었다는 포구들을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지역주민들의 옛 선조들이 만든 유산을 잘 지키고 있다”는 깊은 감명을 느끼고 있다.

제주에도 옛 선인들이 남긴 포구며 원담 등 바다를 개척했던 선조들의 유산이 곳곳에 있었으나 지금은 옛 모습의 포구는 찾아볼 수 없고, 등대도 허물어버리거나 복원한다하여 엉뚱한 모습으로 만드는가 하면 원담들도 일부 지역에선 옛 것은 허물어 하트 모양으로 만들고 있어 선인들이 남긴 유산이 엉망으로 관리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른 섬에 와 생각케 한다.

매화도 해안에는 아직도 옛 방식인 지주양식으로 김을 양식하고 있다.
매화도 해안에는 아직도 옛 방식인 지주양식으로 김을 양식하고 있다.

# 식수 부족으로 많은 불편을 겪던 섬

섬을 돌다 보니 저수지가 여러 곳이 있어 이 섬도 물이 풍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주민들에 따르면 매년 가뭄이 발생하면 식수 부족으로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이 같은 주민들의 어려움을 신안군에서 광역 상수도 시설을 시작해 2023년 4월에 상수도 통수식을 가졌다. 240억원을 들여 압해읍 가룡리에서 매화도까지 육상 12.4㎞, 해저 2.7㎞, 총 15.1㎞의 송수관을 설치해 섬 주민들의 식수문제를 완전해결됐다고 한다.

서해안 지역 섬에는 길고 작은 노둣길이 눈길을 끈다. 어떤 노둣길은 옛모습 그대로 보존이 되기도 하고 가까운 섬 사이는 새로운 노둣길을 만들어 이용하면서 이 또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매화도와 황마도~마산도를 잇는 노둣길은 유명하다. 노둣길이란 갯벌 지대에 돌로 마치 바다에 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썰물 때면 걸어서 건너다니는 길을 말한다. 매화도와 황마도를 잇는 옛 노둣길은 S모양으로 멀지 않은 곳에 남겨뒀고, 현재 노둣길은 직선으로 넓고 높게 만들어 차량이 통행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노둣길이 있어 지역주민들은 신월항으로 갈 때와 들어 올 때는 마산 선착장에서 내려 노둣길로 매화도로 다니고 있다고 한다.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섬 구석구석은 다 찾아다니지는 못 했지만 큰 길 따라 섬을 일주하며 중요한 지역 취재를 마치고 저물어 가는 갯벌을 한참 동안 응시하고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식사를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푸짐한 매화도 정식이 입맛을 끈다. 작은 딸 경리가 “오늘 저녁 유성이 많이 떨어진다 하니 혹시 섬이라 날씨가 좋으면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보를 알려줘 밤 중에 몇 차례 밖을 드나들었지만 잔뜩 흐려 유성은 구경도 못 하고 잠만 설쳤다.

새벽에 일어나 어제 못 본 몇 군데를 찾아보고 황마도 노둣길로 달렸다. 해가 뜰 무렵 갯벌 위로 길게 만들어진 노둣길과 매화도를 촬영하기 위해 해뜨기를 기다렸으나 하늘이 붉게 물드는가 했지만 이내 짙은 구름 속에 가리고 만다.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드론을 띄웠지만 시원한 섬 모습은 나타나지 않아 어렵게 촬영을 마치고 다음 섬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매화도와 황마도, 대마도를 잇는 노둣길.
매화도와 황마도, 대마도를 잇는 노둣길.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